나는 오늘 어떤 면에서는 새로운 낱말이 될 지도 모를 이 한 마디를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 평생의 대부분을 직업군인으로 보낸 본인으로서도 이 낱말(단어)만은 참으로 입에 담기가 무척 민망스럽습니다마는 그 낱말이란 다름 아닌 핵전(核戰)을 뜻합니다. ... 오늘날 미합중국은 상당량의 핵무기를 비축하고 있는데, 그 위력은 2차 세계 대전 중에 사용된 모든 폭탄과 각종 포탄을 합친 것 보다 몇 배나 되는 파괴력에 해당됩니다. ... 미합중국은 다만 군사용 핵물질의 감소나 제거만이 아니라 그 이상의 조치를 취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핵무기를 군인의 손에서 떼어내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습니다. 군사용 핵물질을 평화적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기술을 가진 사람의 손으로 옮겨주어야 합니다. 미합중국은 이 두려운 핵무기가 평화목적으로 전환될 수 있는 계기만 마련된다면, 가공할만한 파괴력을 모든 인류의 이득이 될 수 있는 하나의 축복으로 개발시킬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할 것입니다....따라서 본인은 다음과 같은 제안을 하는 바입니다. 우라늄과 핵물질을 보유하고 있는 모든 나라들은 신중히 숙고한 다음 하나의 국제적인 원자력기구에 이 물질을 기증하는 것입니다. 이 같은 기구는 국제연합 산하에 설치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보다 더욱 중요한 원자력기구의 책임은 핵물질을 인류가 평화를 추구하는데 사용할 수 있도록 그 기술을 개발하는 것입니다. 원자력을 농업, 의학, 기타 평화목적에 사용할 수 있도록 전문가들을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특히 세계의 모든 에너지 빈곤국에 풍부한 전력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습니다.(핵물질과 기술을) 기증한 국가는 인류가 필요로 하는데 크게 이바지 하게 될 것입니다....핵폭탄이란 어두운 그림자 대신에 미합중국은 오직 힘만을 과시하지 않을 것이며, 평화의 욕구와 희망을 실현하는데 앞장설 것입니다....”
 
 
이 성명은 1953년 12월 8일, 뉴욕 시에 있는 국제연합 총회에서 행한 미국 대통령 아이젠하워(Dwight D. Eisenhower) 연설문의 일부를 발췌한 것이다. 당시 유엔 사무총장이던 함마슐트(Hammarskjold)씨가 아이크(아이젠하워 대통령의 애칭)에게 총회연설을 초청한 것은 긴박한 국제정세를 외면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1953년의 국제정세는 동서간의 냉전이 극도에 달해 세계평화에 어두운 그림자를 비치고 있었는데, 아시아에서는 3년 간의 한국전쟁이 끝났으나 불안한 휴전상태에 있었고 인도지나 반도에서는 내전이 오랫동안 지속되고 있었다. 유럽에서는 베를린을 사이에 두고 나토와 바르샤바 국가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었으므로 평화를 갈망하는 지식인들의 외침이 높아지고 있었다.
쪾쪾 아이크가 함마슐트 유엔 사무총장의 총회연설 초청을 받은 것은 버뮤다에서 영국과 프랑스의 총리, 외무장관과 함께 당면한 세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회담을 시작한 때였다. 아이크는 국제정세가 긴박한 만큼 이 기회를 이용하여 세계평화를 갈망하는 인류의 염원을 받아들여 버뮤다 회담에서 영국, 프랑스 수뇌들과 협의한 내용을 근간으로 하여 미합중국 정부는 세계 모든 국가의 영원한 평화와 인류의 복지를 위해 회원국과 함께 지혜와 용기, 신념을 갖고 이 같은 목적을 위해 헌신하는 국제연합을 지지할 것이라 천명한 것이다. 이를 위해 구체적으로 아이크는 유엔 총회연설에서 동서간의 이념투쟁이 무력에 의존하게 될 경우에는 과거의 전쟁과는 달리 핵전이 될 수밖에 없고 이는 인류 공멸의 위기를 맞게 됨으로 원자력의 평화이용(Atom for Peace)을 역설하게 된 것이다.
쪾쪾 그리고 이 날의 유엔 연설은 오늘날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창설이라는 위업을 이루는 계기가 되었다. 지난 12월 8일은 아이크의 Atom for Peace 연설이 있은 지 꼭 50주년이 되는데, 이를 기념하여 미국 정부는 아이크의 흉상을 제작하여 IAEA에 기증한 바 있다. 이 흉상은 지난 12월 4일 오후 5시 IAEA가 있는 VIC 건물 C 동의 원형 로비에서 헌정식과 함께 진열되었는데 그 옆에는 아이크가 유엔 총회에서 행한 연설문의 사본이 전시되어 있다. 참모가 써준 연설문을 아이크가 직접 수정한 곳이 여러 군데 보이는데 그 연설문을 읽어 보면서 필자는 깊은 감회에 들기도 하였다.
쪾쪾 현재 우리나라는 18기의 원자력이 가동되고 있으며 그 발전량은 전체 전력의 40%를 점하고 있어 에너지 분야에서는 Atom for Peace의 전범이 되고 있는 국가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렇지만 현실은 일부 국민으로부터 원자력이 외면 당하고 있는 사회현상을 부인할 수 없다. 에너지 자원이 궁핍한 우리나라가 원자력의 이용을 전력생산에만 치중해 온 원인이 빚어낸 결과일 수도 있겠다.
쪾쪾 50년 전 아이크가 유엔 연설에서 언급했듯이 원자력을 농업, 의학, 산업 등 모든 분야에 걸쳐 폭 넓게 개발·이용하였고 그리하여 각종 분야에 걸쳐 일반 대중이 원자력의 혜택을 입었다면, 원자력의 반대 목소리는 사라지지 않았을까?
쪾쪾 많은 암 환자의 치료, 호흡기 계통을 포함한 각종 질환의 검진에 원자력의 이용이 가시적으로 확인되고 농산물의 장기 저장은 물론 품종개량 등으로 우수한 농산물의 생산이 획기적으로 증가되어 식 생활이 풍부해지고 비파괴 검사, 정밀기기 측정, 지하수를 포함한 각종 지하 자원개발 등에 방사성 동위원소 등이 활발하게 이용되어 원자력의 평화이용이 더욱 활성화되면 될수록 일반 대중의 원자력 이해 증진은 향상될 것이다.